<어느 노인의 글>

 

 당신이 이젠 이 편지를 읽지 못하고 또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난 잘 알고 있소

神이 있어 내 솔직한 마음을 당신 心靈에 전해주길 간절히 바라며 이 글을 쓰오.

당신과 결혼해 삶을 함께 해온 지 50여년, 우여곡절 어려움도 많았는데

당신은 모나지 않게 별 불평 없이 내 곁에서 내조를 잘 해주었소.

물론 행복했던 순간들도 많았소. 당신의 해맑은 미소를 아직도 뚜렷이 기억하고 있소.

요즘 눈을 뜨면 “오늘도 새 날을 주셨고 건강도 주셨으니 당신을 잘 보살펴줄 수 있게 해주옵소서” 하고 하늘에 갈망하며 열심히 기도하고 있소.

내가 좀 더 오래 살아 당신을 끝까지 돌볼 수 있도록 머리 숙여 소망하오.

무엇보다 가장 간절한 것은 당신이 사는 날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것이오.

만약 내가 하늘의 부름을 받고 먼저 세상을 떠난다고 해도 너무 염려하지 마시오.

당신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요양원을 교섭해 놓았고 자식한테도 당부해뒀소.

이번 기회에 당신에게 용서를 구할 것이 있소.

그동안 당신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하루에 여럿 차례 몸을 더럽히고 옷을 버릴 때,

감기 몸살로 열이 많아 고통을 받거나 항문 주변에 습진이 생겨 고생할 때...

차라리 하나님이 당신의 삶을 마감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여러 번 있었소.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오. 용서해주시오.

당신은 과거의 기억은 물론 조금 전에 일조차 기억 못한 지 꽤 오래 됐소.

말조차 잊어버렸으니 이젠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순 없겠지..

그래도 근심 없는 당신의 밝은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오.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킨다는 게 참 어려운 일 같소.

그래도 당신이 인생을 편안하게 마감하길 아침햇살에, 바람결에, 달빛에 기도하오.

내 목숨이 붙어있는 한 당신을 끝까지 곁에서 지켜드리리라.


_______당신을 사랑하는 남편으로부터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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