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협지, 그때 그 사람!

   
최근 안방극장에 때아닌 중국무협바람이 불고 있다. 대만의 같은 방송사에서 사들여온 한국방송공사 2텔레비전의 <판관 포청천>과 서울방송의 <칠협오의>가 안방극장에서 시청률을 놓고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두 드라마의 경쟁이 반가우면서도 서로 다투는 자식들을 지켜보아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불안하기만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두 드라마의 번역가인 이덕옥(47)씨. 그는 60년대 후반<금검지><비도탈명>과 같은 무협소설을 국내에 최초로 소개한 이래 70년대 무협만화, 80년대 창작 무협지를 거쳐<의천도룡기><삼국지>등 무협 비디오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작품을 우리말로 재탄생시켜온 무협물의 대가다.

"아니 이배신자, 내 장풍을 받아라" 어린시절 공부하라는 부모님 시선을 피해 어둠침침한 동네 만화방에서 해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던 무림의 세계. 그런 추억을 지닌'무협지세데'에게 잊을 수 없는 이 대사를 지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정직하고 쉬운 이야기가 복잡한 세태에 향수 같은 위안을 주는 것 같아요". 그가 본 무협극의 인기 이유다.

그는 번역을 잘 하는 비결이 많은 지식 보다는 두 나라 말의 길고 짧은 어감의 차이를 제대로 찾아내서 성우의 입에 맞추는'기술'이라고 귀뜀한다. 1사간 분량의 드라마를 감칠 맛 나는 한국말 대사로 바꾸기 위해 그는 하루 10시간 이상을 꼬박 텔레비전 모니터 앞에서 보내야 한다. 그나마
그처럼 빠른 속도로 작업을 해낼 수 있는 중국어 번역가는 이씨 한 사람빡에 없다. 최근 문화방송에서도 볼만한 중국 무협극을 물색하고 있다는 소문이고 보면 그는 앞으로도 무협지만큼 무궁무진한 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내야 할 것 같다.

김경애 기자/한겨레신문 여론매체부

+ Recent posts